연탄 1만4000장의 온도,
동두천 소요회가 남긴 지역공동체 의미
[경기도민일보미디어 나정식 기자] 겨울 문턱에서 동두천시 기관장 모임인 ‘소요회’가 지난 18일 연탄 1만4000장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1200만원의 모금과 연탄은행 기탁 그리고 기관장들이 직접 참여한 배달봉사까지 행사 자체만 보면 매년 반복되는 명절·계절성 봉사의 일환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탄 나눔이 지닌 상징성은 그 이상의 의미를 던져준다.
최근 수년간 동두천은 경기북부 지역 중에서도 인구 감소, 산업구조 침체, 주거 취약계층 증가 등 복합적 어려움이 누적된 도시다. 지역 복지를 공공의 책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기관장 스스로가 지역 협력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연탄 나눔은 더욱 주목된다.
소요회는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시의 주요 기관들이 지역 현안을 공유하고 공공·민간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협의체로서 기능해 왔다.
특히 난방비 부담이 커지는 혹한기 진입기에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을 선제적으로 실행한 것은 지역공동체가 지녀야 할 공공성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격려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동두천은 냉난방 취약가구 비율이 높고 연탄·기름보일러 등 전통 난방에 의존하는 주택이 여전히 존재한다. 에너지 복지 정책과 민관 협력의 구체적 강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신호이기도 하다.
연탄 1만4000장은 누군가에게 겨울을 견디게 하는 열원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위로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행사가 도시 전체의 ‘공동체 온도’를 끌어올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봉사활동은 하루지만 지역의 어려움은 365일 지속된다. 소요회의 이번 행보가 일시적 의전을 넘어 지속가능한 복지 협력 시스템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겨울의 초입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도시는 무엇으로 따뜻해지는가? 연탄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관심과 책임이 그 온도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