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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흰머리를 염색하며 떠올린 인생과 사회복지

기고] 흰머리를 염색하며 떠올린 인생과 사회복지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8.24 14:12
  • 수정 2023.08.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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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철 주무관 동두천시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변형철 주무관
동두천시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흰머리를 염색하며 떠올린 인생과 사회복지

최근 흰머리를 염색하러 미용실에 방문했다. 갈 때마다 필자와 같은 이유로 염색을 하는 사람들로 그곳은 늘 붐빈다. 오랜 시간과 경험으로 디자이너와 생성된 라포 덕분에 이제는 굳이 어떻게 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필요한 작업(?)을 진행한다.

평소의 경우라면 염색약이 머리카락에 스며들 때까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거나 흥미로운 영상을 시청한다. 미용실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것에 유독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비가 내리기도 했고, 왠지 모를 감성에 빠져 파릇했던 시절 좋아한 노래를 한참 흥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머리에 비닐을 두른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거울을 통해 마주했다. 의도하지 않게 피식 웃음이 났지만 흰머리를 굳이 감추려는 게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어찌 보면 흰머리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고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함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염색으로 흰머리를 감추고 있지만 이 또한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했다. 인위적인 노력으로 노화를 인정하지 않고 검은 머리카락의 가면을 쓰며 ‘젊음’을 뽐내지만 자신감의 유효기간은 갈수록 짧아진다. 그러면 더욱 자주 염색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함께 증가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물론 당장 염색을 중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직은 그래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젊게 비춰지고 싶은 욕구가 높다. 다만 가치관과 신념이라도 솔직하고 꾸밈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불혹을 넘긴 오늘은 실패했지만 말이다.

미용실에서의 경험은 인생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 하지만 이유도 없이 민원인에게 욕설을 들으면 마음의 평화가 무너진다. 종교에 의지해도 한계가 있고 모두에게 친절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복지업무를 하다보면 어디까지가 담당자의 역할인지에 대해 물음표가 발생한다. 대부분은 이러한 고민을 부서장님, 팀장님, 동료에게 표현하여 해결책을 찾지만 가끔은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 때가 있다. 특히나 복지사각지대 발굴 업무는 아직도 내적 갈등을 유발한다.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고민되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하지 않았을 때 양심을 지킬 수 있는가이다. 결국 양심에 조금이라고 거슬림이 있으면 되도록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양심도 지킬 수 있고 청렴한 사람이 되는 것에도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

사회복지 담당자로서 ‘내가 만약 복지사각지대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생계, 의료, 주거, 고용 위기에 놓여있다면 어디를 방문하고 어떠한 활동을 할지를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 같은 업무를 하는 동두천시 동료 공무원들도 그럴 것이다.

필자에게 흰머리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고 사회복지 측면에서의 흰머리는 복지사각지대이다. 감추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꼭 찾아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지금의 노력이 나비효과가 되어 어쩌면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의 귀한 생명을 살릴지도 모른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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