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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견우와 직녀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수필] 견우와 직녀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8.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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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생각해보니 옛날에 엄마가 쌀 주머니를 방문 위에 걸어놓은 것을 칠월칠석날 그것으로 쌀밥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쌀밥은 한여름에 먹기 쉽지 않았는데 하얀 쌀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칠성은 하늘의 별을 뜻하고 하늘에 기도를 올리는 그거라고 엄마는 말씀하셨고 가풍인지 풍습인지는 몰라도 늘 칠월칠석날에는 자루에 보관했던 쌀로 밥을 짓고 밀전병을 부쳐서 밥상에 올리셨다. 엄마는 동네 절을 다니셨는데 해마다 절을 다니시면서 풍년과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셨던 같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절을 다니라고 강요를 하지 않으셨으며 잠깐씩 좋은 날에 다녀오셨다. 법회에 다녀오시면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은혜를 잊지 말라’는 말씀만 생각난다.

오늘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칠월칠석이고 끊어졌던 인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동화나 전설처럼 이날은 비고 오고 까치가 하늘로 올라가서 다리를 놓아준다는 이야기를 동네 분들 모든 분이 말씀하셨고 나는 눈을 반짝이며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 믿었다. 밤을 기다려 밤하늘을 올려보며 은하수와 견우별과 직녀별을 열심히 찾았다.

그때의 은하수는 은빛으로 빛나는 강 같았고 견우와 직녀를 위하여 하늘로 올라간 까치가 정말 고마웠다. 옥황상제님의 엄한 규칙에 벌을 받는 견우와 직녀가 불쌍하기도 했다. 박꽃이 하얗게 핀 초가지붕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꿈같은 이야기로 하늘을 올려보며 반짝이는 별들이 유영하는 밤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새벽이슬에 머리가 젖고 옷이 축축해져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나의 맘 깊숙이 견우와 직녀가 다가와 말을 걸어줄 것 같은 환상에 젖어있기도 했다. 그리고 날개 달린 선녀 옷을 입었을 거라고, 하늘나라에서 만든 옷은 화려하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울 거라 믿었다. 분명 견우와 직녀도 만나서 훨훨 날아다니며 돌아다닐 거라 믿은 것도 진심이었다.

빗소리가 잠을 깨우는 밤, 열기가 사라지지 않아 밖으로 난 창을 열어 하늘을 본다. 집집이 불빛과 상가의 불빛에 화려한 거리가 눈에 들어오고 깜깜한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았다. 밤하늘을 올려보며 별과 달을 본지도 정말 오래되었다.

열에 뜬 이 마음을 차갑게 식혀줄 그때를 기다린다. 수평선과 지평선 같은 우리들의 만남, 서로 다가서기 힘든 우주의 값진 인연 줄 같은 것일 거다. 

앞으로 내게 있고 싶은 곳을 찾아보고 싶다. 별이 보이고 달이 떠서 환하게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곳, 어디가 좋을까. ‘헤겔’은 마음을 여는 문고리는 안쪽에만 달려있다고 했다. 

닫혀있던 문을 잠시 생각을 하게 했던 불같이 뜨겁고 불같은 이 여름에 식어있던 문구, 그 열병 같던 마음이 싸늘히 식은 메모처럼 수첩에 배경으로 남아있는 흔적, ‘그대는 시인이어라.’

하지만 찾을 수 없는 흐르는 시간 속에 희미하게 남겨진 문구는 “쯧쯧”이 나의 답변이었다. 저 수많은 별 같은 날 중에 견우와 직녀가 만날 날이 단 하루뿐인 칠월칠석, 예쁜 연인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영원한 인연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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