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수필] 목걸이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수필] 목걸이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7.24 12:1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목걸이

어느 날 세수를 하려고 겉옷을 벗는데 뭔가가 툭하며 욕실 바닥에 떨어졌다. 에이, 또 귀걸이겠지. 귀걸이를 빼지 않고 옷을 벗다가 많이도 잊어버렸기에 당연히 귀걸이라고 생각하며 주우려고 앉았는데 귀걸이가 아니고 목걸이였다. 아마 단추에 줄이 걸려서 끊어진 거 같았다.

진주목걸이였는데 어쩌다 한 번씩 목에 걸고는 잊어버려 그 목걸이만 하고 있기도 하다. 귀걸이도 마찬가지다. 외출할 때 생각나면 다른 귀걸이로 바꾼다. 값비싼 보석도 아니고 액세서리 수준이어서 잃어버려도 안타깝거나 아깝거나 하는 마음은 그때뿐인 보기에만 이쁜 흔한 액세서리 주얼리이다. 그래도 오랫동안 몸에 지닌 것이라 정이란 것이 들어서 한동안 마음이 허전하다.

끊어진 목걸이는 정말 오래된 목걸이다. 끊어진 이유를 찾는다면 약해져서 끊어질 때가 되어서라고 생각했다. 언제 샀는지 기억에 없고 까마득하게 떠오르는 것은 마트의 액세서리 코너에서 산 것 아닌가 어림잡아 생각이 든다. 눈에 쏙 들어오는 디자인도 아닌데 무심결에 저렴해서 산거는 분명한 거라 여길 뿐이다. 합금으로 동그랗게 줄이 이어지고 중간 중간에 진주라고 할 수 없는 9개의 못난이 진주가 끼워져 있는 목걸이였다.

목걸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며 진작에 버렸어야 했는데 끊어질 때까지 간직하며 목에 걸고 다녔다니 나도 멋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중얼거렸다. 그런데 줄은 끊어졌어도 변색한 곳도 없고 목걸이 줄은 불빛에 더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갈등이 시작되었다. 

정이 무엇인지 정들고 몸에 지녔던 물건을 저렴하고 값진 것이 아니라고 쉽게 버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주니얼 상점을 찾아가 수리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시간을 내어 액세서리 가게에 가서 줄을 고칠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 다른 데 가서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다른 목걸이를 사자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른 매장에 가서 말도 못 꺼내고 삐쭉 서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목걸이를 보여주며 고칠 수 있느냐고 했더니 줄이 14금이냐 아니 18금이냐고 물었다.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눈에 확대경 같은 걸 붙이고 살펴보더니 이 목걸이 18금인데 다른 목걸이와 바꾸실래요, 아니면 고치시겠어요 한다. 난 순간 어리벙벙해졌다. 18금이라니, 이럴 수가 있을까. 금색은 노란색이라 늘 순금은 황금색이고 흰색이 나는 것은 은이나 은 비슷한 것인 줄만 알고 있었다. 어찌 흰색이 금이란 말인가. 순금은 아니라도 너무 놀라웠다.

은근슬쩍 힘이 났다. 횡재를 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예쁜 목걸이와 바꾸고 싶었지만 그동안 몰라보고 홀대한 생각이 미치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수리하기로 하고 두고 나왔다.

사치를 한다든가 명품만을 고집한다던가 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화려하고 눈에 띄는 옷이나 장신구를 보면 한 번쯤은 소비심리가 발동해서 사고 싶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고가의 명품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명품 로고도 잘 모른다. 누군가 명품으로 휘감았다는 말을 들을 때도 명품을 알아야 명품을 소장한 지 알 것이 아닌가. 모든 게 다 똑같아 보이니 그게 그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명품 옷을 입고 명품가방에 구두를 신는다고 내가 명품이 되는 것이 아니니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앙드레 지드의 ‘목걸이’를 보더라도 명품 목걸이로 믿었던 목걸이를 빌려 한순간의 허영심은 채웠지만 10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가짜라고 믿었던 못난이 목걸이가 진품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목걸이였음에 나는 기뻐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그냥 흘려들었는데 사람이나 물건도 유행은 지나고 예쁘지는 않더라도 오래된 주변의 친구나 물건이 나를 아껴주고 보호해 준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목걸이를 찾아와서 목에 걸고 거울 앞에 섰다. 오랜 세월 나의 관심도 못 받고 있었던 목걸이가 어설픈 감정평가를 받아 내 마음의 진짜 목걸이로 내 목에 걸려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어머나, 그때 빌려준 건 가짜였는데!” 거울 속에서 메아리로 울려 퍼졌다.

저작권자 © 경기도민일보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