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고]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206 / 시인ㆍ영화감독

기고]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206 / 시인ㆍ영화감독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6.08 09:4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ㆍ영화감독
시인ㆍ영화감독

제68회 현충일

창가에 늦은 조기 태극기를 달았다. 정부의 현충일 추념식을 시청한 후 집을 나서 2㎞ 떨어진 존슨동산이라 불리는 나지막한 장소에 건립한 현충탑을 찾았다. 동산 사방으로 동편으로는 삼성반도체, 서편에는 화산자락에 용주사와 융ㆍ건릉, 남편에는 역사 깊은 세마대요, 북쪽에는 수원공군비행장이 각각 위치한다. 

좀 더 지형을 그리면 앞면에는 안녕ㆍ송산ㆍ양산뜰에 이를 가르며 서해로 흐르는 황구지천, 바로 이웃해 옆에는 농촌계몽 배움터의 상징인 ‘흙벽돌’이 전신인 안용중학교(설립자 고 차학근)와 후면에 까치고개(작현마을)가 있으며 3㎞ 정도 남쪽에는 6ㆍ25전쟁 시 유엔군초전지인 죽미령이 위치한다.

동산 정상부 현충탑에 오르는 산중턱에는 미국 36대 존슨 대통령 방문의 동산기념비와 태안면민이 기린 이재덕(화성군수) 공덕비가 자리하고, 그 웃머리에 6ㆍ25참전용사비, 월남참전용사비, 무공수훈자자비가 우뚝 서있다.

행사를 마치고 지역 인사들이 떠난 지 시간여라 뒤치례 중이다. 참배를 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기념비를 바라보니 윤 대통령의 추념사에 강조된 어구들, 국가의 품격, 나라다운 나라, 제복의 명예, 국가의 책무 등이 귓가에 쟁쟁하건만 오르내리며 눈에 든 현충동산에는 추모 현수막조차 없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 산하기관에는 어떠려나?

학생들 가르치는 초ㆍ중ㆍ고ㆍ대학교에선 조기 게양은 했으려나? 

오후 일정 도중에 몇 곳을 둘러봐도 편하지 않은 맘이다. 저녁나절 귀가해 카톡을 들여다보니 군대 동문과 동기들 그리고 지인들이 서울과 대전의 현충원을 찾은 동정 사진들이 그래도 위안이다. 수년 전 지은 추모하는 시구의 눈새김이다. 


학도병을 추모하며

멀리서 

가까이서  

총소리가 들릴려나

 

포성이 멎은 하늘가에

풀벌레 소리 찌르르…

소쩍새 소쩍 소쩍꿍…

 

철울 두른 지 일흔 해

모로 누워있어도 

그날이 아프다

 

“곧 돌아온다”던 그 어린 발길들

배움터(모교) 뜨락에 기리건만

울어 울어 가슴 저민 세월에

허리 굽은 ‘눈물꽃’들이여

 

가신 님 누운 곳에도

노랑 애기똥풀 지천일까

하양 망초 꽃도 피었을까

두고 간 고향이 그리워라

 

아! 어찌 잊으랴 그날을

‘국화꽃’ 한 송이 바치오니

유월의 하얀 낮달마저 슬퍼라

 

고운님들이여 영면하소서 

저작권자 © 경기도민일보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