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현충일
창가에 늦은 조기 태극기를 달았다. 정부의 현충일 추념식을 시청한 후 집을 나서 2㎞ 떨어진 존슨동산이라 불리는 나지막한 장소에 건립한 현충탑을 찾았다. 동산 사방으로 동편으로는 삼성반도체, 서편에는 화산자락에 용주사와 융ㆍ건릉, 남편에는 역사 깊은 세마대요, 북쪽에는 수원공군비행장이 각각 위치한다.
좀 더 지형을 그리면 앞면에는 안녕ㆍ송산ㆍ양산뜰에 이를 가르며 서해로 흐르는 황구지천, 바로 이웃해 옆에는 농촌계몽 배움터의 상징인 ‘흙벽돌’이 전신인 안용중학교(설립자 고 차학근)와 후면에 까치고개(작현마을)가 있으며 3㎞ 정도 남쪽에는 6ㆍ25전쟁 시 유엔군초전지인 죽미령이 위치한다.
동산 정상부 현충탑에 오르는 산중턱에는 미국 36대 존슨 대통령 방문의 동산기념비와 태안면민이 기린 이재덕(화성군수) 공덕비가 자리하고, 그 웃머리에 6ㆍ25참전용사비, 월남참전용사비, 무공수훈자자비가 우뚝 서있다.
행사를 마치고 지역 인사들이 떠난 지 시간여라 뒤치례 중이다. 참배를 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기념비를 바라보니 윤 대통령의 추념사에 강조된 어구들, 국가의 품격, 나라다운 나라, 제복의 명예, 국가의 책무 등이 귓가에 쟁쟁하건만 오르내리며 눈에 든 현충동산에는 추모 현수막조차 없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 산하기관에는 어떠려나?
학생들 가르치는 초ㆍ중ㆍ고ㆍ대학교에선 조기 게양은 했으려나?
오후 일정 도중에 몇 곳을 둘러봐도 편하지 않은 맘이다. 저녁나절 귀가해 카톡을 들여다보니 군대 동문과 동기들 그리고 지인들이 서울과 대전의 현충원을 찾은 동정 사진들이 그래도 위안이다. 수년 전 지은 추모하는 시구의 눈새김이다.
학도병을 추모하며
멀리서
가까이서
총소리가 들릴려나
포성이 멎은 하늘가에
풀벌레 소리 찌르르…
소쩍새 소쩍 소쩍꿍…
철울 두른 지 일흔 해
모로 누워있어도
그날이 아프다
“곧 돌아온다”던 그 어린 발길들
배움터(모교) 뜨락에 기리건만
울어 울어 가슴 저민 세월에
허리 굽은 ‘눈물꽃’들이여
가신 님 누운 곳에도
노랑 애기똥풀 지천일까
하양 망초 꽃도 피었을까
두고 간 고향이 그리워라
아! 어찌 잊으랴 그날을
‘국화꽃’ 한 송이 바치오니
유월의 하얀 낮달마저 슬퍼라
고운님들이여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