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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다섯 잎 클로버 / 노영희(시인) 정여성문인회 회장

수필] 다섯 잎 클로버 / 노영희(시인) 정여성문인회 회장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5.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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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다섯 잎 클로버

날아가다가 잠시 멈춘 듯 희미한 아카시아 꽃향기와 찔레꽃 향기가 무성한 잎들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공원의 햇빛과 오월의 바람은 싱그럽다. 군데군데 무리 지어 사는 토끼풀(클로버)들은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잎들은 나뭇잎보다 더 짙은 초록을 자랑하고 있다. 

13개월의 외손녀는 나와는 영 친해지지 않는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다. 입을 쭈뼛쭈뼛하다가 “앙”하고 울며 지 엄마한테 뒤뚱거리며 달려가 폭 안기든가 빠르게 기어가서 안긴다. 잠깐 사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운다. 아마 저를 데려가지나 않을까 겁을 먹는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딸이 감기가 심해서 손녀를 부탁했다. 젖살이 빠지고 홀쭉해진 손녀가 안쓰럽지만 곁을 안주니 모르는 척해준다. 먼저 슬그머니 다가와서 안길 때까지.

밖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오월이다. 푸름의 시작이다. 손녀에게 “유모차 타고 나갈까?”하니 알아들었는지 다가온다. 아파트 뒤쪽에 자그마한 공원이 있어 손녀를 업고 공원을 돌면서 “꽃이 피어서 예빈이 좋겠다” “이건 나뭇잎이고 이건 돌이야” 혼자 듣든지 말든지 중얼거리면 좋은지 등 뒤에서 꼬물거린다. 그 후로 나가자는 말은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 거 같다.

유모차에 손녀를 태우고 공원을 걸었다. 아카시아 꽃잎이 바람도 없는데 우수수 나뭇잎처럼 떨어져 내린다. 파란 하늘에 꽃잎이 진다. 떠도는 기억들이 봄비에 젖어들듯 맴돈다.

그때 꿀 같은 달콤한 향기가 스쳤다. 아주 가벼운 하얀 단추 모양의 클로버 꽃들이 하늘거렸다. 아, 이 냄새, 언제나 마음속에 숨어있던 잊히지 않았던 향기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유모차를 세우고 쪼그리고 앉아 향기를 맡았다. 

꽃을 따서 팔찌를 만들어 손녀의 손목에 매어주었다. 손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다. 목걸이도 해달라는 것 같아 목걸이도 만들어주었다. 반지도 만들어주려고 꽃을 따는 순간 가슴 떨리게 하는 네 잎 클로버가 눈에 들어왔다. 옛날 그리 찾아도 없던 네 잎 클로버가 내 앞에 있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손녀에게 소리쳤다. “예빈아 네 잎 클로버야”하고는 얼른 따서 손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거는 행운이 온다는 네 잎 클로버인데 좋은 일이 생길건가 봐하며 허둥대듯 기뻐했다. 혹시나 해서 클로버 잎들을 자세히 보니 더 큰 네 잎 클로버가 있었다. 어머나, 이게 웬 일이람 별일도 다 있네, 이상도 하지하며 손녀를 보았다.

갑자기 욕심이 생겨 용감하게 클로버 밭으로 들어가 찾기 시작했다. 잎들이 밟히지 않게 조심했지만 그래도 촘촘하게 번져있는 클로버를 밟지 않을 수 없었다. 소복하게 잎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 들여다보는데 클로버 잎이 더 많이 붙어있는 게 보여 따서 잎을 세어보니 다섯 잎이나 되었다. 

세 잎 클로버는 사랑, 희망, 행운을 뜻하고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나폴레옹이 전투 중 네 잎 클로버를 보려고 하다가 고개를 숙였던 순간에 총알이 날아왔는데 그 순간 빗겨나가면서 목숨을 잃지 않았다해서다. 다섯 잎 클로버는 경제적 성공이라 하니 기쁘기만 하다.

클로버로 손녀의 팔찌, 목걸이, 반지까지 해주었으니 경제적 성공을 한 거나 다름없다. 개선장군처럼 유모차에 클로버 꽃과 클로버 잎을 주렁주렁 달고 손을 흔들며 돌아오는데 손녀는 덩달아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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