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감상
구름 타고 ‘심연’의 바다로, ‘푸른 숲’으로, ‘아침 일출’로 길 찾아 떠난 작가의 채색 물감 여정이려.
수원시 팔달구청 1층 갤러리에 마련된 최범용 제10회 개인 초대전이다. ‘온고이지신-순간의 풍경’을 주제로 바쁜 일상에서 스쳐간 자연의 순간적인 풍경을 전통의 항아리 형태에 담았다.
배가 불룩하니 둥근 모습이 달을 꼭 닮아 달항아리란다. 심오한 작가 세계를 어찌 알랴! 이조백자기에 담은 온정이 마치 어릴 적 어머니 품인지라 이내 둥근 달이 둥실 떠오르는 고향마을 뒷동산에 오른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검둥개도 따러 가던 달”이다.
허리 잘린 피난살이 서러워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이 외로워라. 가신 “님 계신 곳 물어본 저 달”이겠다.
갑순이 시집가는 “돌아선 하늘에 살빛 낮달”이 슬퍼 갑돌이가 “장가간 날 첫날밤에 달 보고 울었다”던 그 달이다.
“메밀밭 위로 억수로 쏟아지는 달빛” 아래 길가는 싱숭생숭한 허생원의 맘뿐이랴. “배꽃에 앉은 허연 달빛”에 잠 못 드는 옛 시인의 다정도 내 맘인 거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희망을 주는 ‘정월에 뜨는 달’은 휘익 저만치 갔으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 옥토끼는 떡방아 찧어 환한 달떡을 내 가슴에 퀵서비스하려니 세상살이 신명나게 ‘달타령’이 제격이렸다.
대자연의 순간 풍경을 담았다는 달항아리 앞에서 어린 날의 고향 뜰을 한동안 회상한다. 오늘밤 달이 뜨렸다. 뒷동산에 “달마중 가던 순이” 따라 꿈길로 님마중을 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