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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188 / 우호태 시인·영화감독

기고]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188 / 우호태 시인·영화감독

  • 기자명 기동취재팀
  • 입력 2023.04.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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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태시인·영화감독
우호태시인·영화감독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188

천년의 노래

글제는 당성과 원효대사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 중인 단편영화 제목이다.

토요일임에도 촬영하는 스케줄에 일찍 일어나 마도로 이동, 아침식사 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당성행이다. 작품 제작을 위해 구봉산 망해루를 시작으로 수원사, 반야사 등 여러 곳에서 촬영했다. 시나리오를 쓴 마당에 비용절감(?)을 위해 연기까지 하게 돼 무척 힘이 든다.

배경지인 삼국시대 당성은 1500여년 전 백제시대에 축성된 곳이라 그간 바닷물이 나들던 주변은 지형이 변했다. 당시는 대당과의 교역 관문으로 지정학적 요충지, 바닷길목인 까닭에 고대 삼국(백제, 고구려, 신라)은 당성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곳이다.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 포구에 이르는 인근인 까닭에 의미 있는 장소이다. “간밤에 목말라 달게 마신 물이 이튿날 보니 해골물이란 사실에, 식(識)에 의해 분별이 생기는 마음 변화의 본체, ‘참 나’를 깨달은 오도송”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의 불교계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위대한 화쟁사상과 대승기신론소, 금강삼매경론을 남긴 분이라 당성과 관련한 원효 이야기를 소재로 짧게 구성해 제작한다.

무덤의 위치에 대한 고증과 대사의 사상, 저서에 대한 살핌은 뒤로했다. 불교에 대해 일천한 지식임에도 대선사의 발자취를 기웃하는 것은 남긴 오도송이 지역역사문화지와 관련한 까닭이기도 하나 선사의 거리낌 없는 설법이 오늘을 산답시고 자신을 덫칠해 점점 잃어가는 본래 내 모습(진면목)에 대한 깨우침이 있기 때문이다. 

완성은 저만치나 몸을 수없이 구부려도 두 손을 곱게 모아도 부족할 고마움이다. 시골 동네수준 영화 제작에 기꺼이 몸소 출연해 주신 스님들, 새벽부터 어둠이 내리도록 때를 거르면서 촬영해 주신 스탭들, 농번기임에도 시간을 내어 열연한 은 회장, 새벽에 집 나서 밤늦도록 곁에서 도와준 권투마니아 정예와 키다리 현진이, 아침 식당을 안내해 준 최 이사, 한보따리 간식을 들고 촬영장을 찾아온 고교 동창 승주, 지역에 얽힌 귀한 말씀을 건네시려 망해루까지 오르신 홍 선생님, 박 선생님과 금 선생님, 톡톡 튀는 창의로 지역 활동에 헌신하는 이 총무, 촬영 진행을 위해 궂은일 마다않는 강 감독, 젠틀하게 지원하는 이 대표, 장소 및 출연자를 협조해 주신 수원사와 반야사 스님들, 특히나 작은 살림에도 힘을 모은 영협지부 회원들, 이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올 가을 피워낼 봄날의 소쩍새 울음이겠다. 거듭 고마울 따름이다. 

일정을 소화한 탓일까? 환한 마음으로 하루를 닫는다. 꿈길에도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굿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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