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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184 / 우호태 시인·영화감독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184 / 우호태 시인·영화감독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4.0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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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태시인·영화감독
우호태시인·영화감독

울밑에선 봉선화 

“울밑에서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언제나 들어봐도 불러 봐도 가슴 한 곳에 아릿한 감정이 솟는다. 어릴 적 집 뜨락에 핀 채송화 봉숭아… 어울리며 또래들과 뒷동산에 오르면 흐드러지게 핀 아기 진달래에 마음이 환한 달덩이가 되곤 하였다. 

내게 꽃들이 다가온 건 김춘수 시인의 ‘꽃’뿐이 아니라 아마도 30대에 공인(기초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화성시 남양면 출신 원로 의원님이 나무젓가락으로 빨래판을 긁고 발로는 박자를 맞추며 구성지게 부르시던 흥미로운 모습 때문이다. 

오늘 그 ‘울밑에선 봉선화’를 듣기 위해 화성시음악협회(지부장 신사임당)가 주관한 난파(홍영후) 선생 탄생 제115주년을 기리는 생가 음악회의 발길이다. 현대자동차 연구소로 이어진 구불구불하던 옛 시골길이 난파 생가 앞으로 시원스레 열렸다.  

얼마만인가? 십수년 만에 생가에서 난파 음악회가 열리니 말이다. 작년 해넘이로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홍난파가곡제’에서 주옥같은 한국 가곡에 매료된 터라 발길에 귀를 달아 달리는 차 안에서도 ‘고향의 봄’을 부른다. 

교통정리 기동순찰대 봉사자 안내로 행사장에 들어서니 난파 선생의 외손자 홍익표 선생을 비롯한 20여년을 ‘난파기념사업회’에 헌신해 오신 남양 출신 정희준 가칭 ‘근대음악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과 많은 지역주민, 음악인들이 자리했다. 박명원 경기도의회 의원, 정흥범, 김종복 시의회 의원, MBC 사장을 역임한 강성구 전 국회의원, 홍진환 전 시의회 의장(4대), 한석규 전 시의회 의원, 김남회 전 남양면장, 홍은수 홍난파합창단 후원회장, 매년 난파동요제를 홍보하는 언론인들도 눈에 띈다. 작은 규모의 행사이나 뜻이 깊기에 발길한 생가 음악회다. 

드디어 활초리 언덕에 소년소녀합창단의 꾀꼬리 화음이 ‘고향의 봄’(홍난판 작곡, 조혜영 편) 꽃마중에 나섰다. 이어진 바이올린 선율에 ‘사공의 노래’(함호형 시, 홍난파 작곡)가 두둥실 그 옛날 “남양반도 흰모래에 해당화 피는” 남양만에 배를 띄운다. 그리운 그곳이 어드메뇨?  

나이 들며 알겠드라! ‘봉선화’, 나라 잃은 서러움의 속울음이었음을. 고된 시집살이 며느리의 늦은 밤 흐느낌이었음을. 나라를 잃은 설움이든 이별의 정한이든 목 메인 그리움이란 걸. 인근 공장들 주변에 찾아온 언뜻한 ‘봄처녀’(이은상 시, 홍난파 작곡)가 안쓰럽다. 그 탓일까? ‘내 맘의 강물’(이수인 시, 곡)도 끝없이 흐른다.   

훌쩍 울을 넘어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시, 최영섭 곡)으로 달려간다. 누구의 주제런가? 일만이천봉, 높이 솟은 봉우리와 깊은 골에 장쾌함이 내 민족의 기상이려. 이어 ‘신아리랑’(피아노 신사임, 바이올린 김소정) 따라 힘든 인생 고개를 어울려 박수치며 넘어서려니, 무대 뒤편 저 멀리 높이 떠가는 여객기가 창공에 한 줄을 그어간다. 눈을 내려 활초리 ‘옛 동산에 올라’(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 주변을 휘둘러보니 “산천은 의구하다”던 옛 시인의 허사임을 내 또한 알겠더라. 진한 아쉬움과 ‘그리움’(홍난파 작곡, 이희연 편)이려. 로컬시인 윤인환이 작사한 ‘화성팔경’을 펼치니 ‘강 건너 봄이 오듯’(임긍수 곡, 박재형 편) 제자리인 난파생가에도 봄이 찾아왔다. ‘나의 살던 고향’ 활초리에 ‘고향의 봄’이다.  

필자도 한때 ‘화성소나타’를 쓰느라 화성 활초리, 서울 홍파동, 용인 단국대 죽전캠퍼스 난파음악관, 재즈공연장 가평 자라섬과 서울 상암운동장, 서울 홍난파가곡제, 수원 토론회, 세미나 등 ‘고향의 봄’을 찾아 나섰었다. 

소년소녀합창단, 테너 김주완, 메조소프라노 윤영민, 소프라노 이윤숙, 바리톤 김형걸, 홍난파합창단, 홍난파합창단 리더 78세 정원도 어르신, 지휘 허부연, 편곡 신현민, 지역 봉사단원들이 어우러져 울긋불긋 꽃대궐 차려 ‘고향의 봄’을 노래하는 음악회다. 

지성인들이시여! 왜 그리 눈을 감으려 하는가? 눈 뜨시라. 봄이 왔다. 두 손 모으자. ‘사랑’(이은상 시, 홍난파 곡)처럼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말진 부디마소”. 모두의 바램이리. 활초리에 근대음악관 건립을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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