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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뢰와 용기 / 최지호 주무관 동두천시 문화체육과

기고] 신뢰와 용기 / 최지호 주무관 동두천시 문화체육과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3.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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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호 주무관동두천시 문화체육과
최지호 주무관동두천시 문화체육과

신뢰와 용기

동두천시의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자칫하다 인구 9만명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다양한 인구시책을 발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출산지원금을 늘리고, 전입지원금을 제공하고 외국어 캠프를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동시에 무엇 하나 명쾌한 해답은 아닌 것 같다는 미족(未足)을 지울 수 없다.

중소도시 인구감소는 비단 동두천의 문제만은 아니다. 결코 한두 가지 해답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는 노력과 함께 도시의 미래방향을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시민과 함께 걸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를 담은 시정구호 ‘동두천을 새롭게, 시민을 힘나게!’는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준다. 하지만 어떻게 새롭고 힘나게 할 것인가. 실천방법에 대해 고민을 나눠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신뢰’다. 민주주의가 고도화되면서 한국사회는 이미 참여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금의 시민은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결정의 주체가 되길 원한다. 소위 말하는 민ㆍ관 거버넌스(협치)가 상식이 되었다. 우리 시의 거버넌스 성숙도를 점검한다면 과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정책에서 시민들의 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한두 번의 공청회보다 밀도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 의견을 듣고 참여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시민참여나 주민 주도라는 문구가 사업계획서에만 머무는 것은 아닌지, 시민이 아니라 민원인으로만 불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한다. 

민간의 상황 역시 돌아보아야 한다. 행정에 요구하는 일은 쉽지만 정책의 전문성을 확인하거나 개인의 욕망을 초월하는 공공성을 논의하는 일은 어렵다. 공무원 욕하는 건 쉽지만 거버넌스 파트너로서 구조화하는 일은 어렵다. 

동두천의 거버넌스는 요원하기만한 걸까. 민ㆍ관이 서로 신뢰하며 거버넌스 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동두천시 문화체육과는 ‘지역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 공모를 시작했다. 소규모 문화예술 단체, 청년, 공공예술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다양한 시민문화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화재단이 없는 우리 시에서 지역문화 공모를 시작하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왜냐하면 이 사업은 ‘실패할 용기’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실패할 용기란 결과 중심의 기존 행정사업의 틀을 벗어나고자 한 뜻이다.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은 혁혁한 결과물을 원하지 않는다. 공공성을 담보한 계획을 꾸리는 과정, 공공의 목적을 성실히 수행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연결을 만들자는 취지다. 성과는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서 도출된다. 과정이 누적되면 거버넌스의 신뢰가 쌓여간다.

새로운 사업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은 두렵기 마련이다. 용기는 날 때부터 생겨나는 게 아니다. 사랑 충만한 부모에게 아이가 길러지듯 호혜와 신뢰의 상태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 협치만이 우리 도시의 미래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절박함, 이 에너지로 행정과 시민은 용기를 가지고 서로를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의 미래방향을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함께 걸어 나갈 수 있다. 비로소 동두천을 새롭게, 시민을 힘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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