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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180 / 우호태 시인ㆍ영화감독

기고]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180 / 우호태 시인ㆍ영화감독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3.08 09:46
  • 수정 2023.03.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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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간산 간인간세(看水看山 看人看世)

 

우호태시인ㆍ영화감독
우호태시인ㆍ영화감독

 

500년 전 지성인과 만남의 시간이다.

글제는 “자연을 유람하며 사람과 세상을 생각한다”로 조선의 실천하는 지성인, 조선 최고의 선비라 칭송받는 성리학자 ‘남명 조식’ 이야기다. 생전에 지리산(두류산)을 열두 번이나 등정하며 심상을 다스린 그였다. 목 빼어 출사하는 학자들과는 사뭇 달라 살아서도 죽어서도 처사(處士)로 남길 바란 그이기에 명심보감할 위인이겠다.

단성현감에 제수되었을 때 이를 사양하는 단성현감 사직소(丹城縣監辭職疏)에 명종을 고사(孤嗣-어린아이/역량을 기대할 게 없다)로, 섭정하는 문정왕후를 한낱 과부로 표현하니 조정이 들끓었단다. 4대 사화(무오, 갑자, 기묘, 을사)로 인해 살얼음 정국에도 거침없는 의를 실천하니 군왕도 어찌하지 못했다던가!

늘 허리춤에 방울(성성자-惺惺子) 소리는 혹여 맘에 일순 흐트러짐을 경계하는 깨움이요, 경의도(敬義刀) 또한 맘을 밝게 해 시비를 결단하기 위함이었다. 선견하고 지명하기에 왜란 예견 제자들에 병서를 가르쳐 임란 시에 곽재우, 정인홍, 김면을 비롯한 이노, 전치원, 하락, 조종도, 박성무, 이대기 등 여러 제자들이 의병장으로 나서 의를 실천하였으니 이 또한 그의 면모를 미루어 알 수 있음이다.

천리를 통찰함에 유학자이며 불학도 수용한 그분이야말로 17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반에 걸친 경세치용, 이용후생, 실사구시의 실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시대를 앞선 학문 융합의 원조려나. “두류산 양단수를…” 무릉도원에 비유한 티끌 없는 지리산을 심상에 담아 오른 그다. 여정에 역사 속의 인물들인 한유한, 정여창, 조지서 등의 옛집과 마을을 찾아 생전의 그들 삶과 조우해 자신을 성찰하는 발길의 자취인 ‘유두류산록’에 밑줄을 긋는다.

수년 전 한반도유람을 휘리릭 한 필자에게 유람기행 ‘한반도소나타’ 보충을 위해서 길 떠날 행선지다.

그 ‘성성자’ 방울소리 들리려. 구부린 몸과 귀를 바로 세운다. 세월을 훌쩍해 이즘 시대에 정녕 요구되는 입말보다 몸소 실천한 500여년 전 지성인에게 손 모은 채 허리가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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