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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야(Aya)기적(奇跡)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수필] 아야(Aya)기적(奇跡)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3.02.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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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시인)서정여성문인회 회장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노영희(시인)서정여성문인회 회장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아야(Aya)기적(奇跡) 

태어나 처음 장거리 여행을 갔다. 3년 전이었다. 딸들이 당시에는 튀르키예(터키)라 했는데 카파도키아 열기구가 타고 싶다고 하더니 결심을 한 듯 휴가를 내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지루하고 귀가 아파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동화의 나라에 가는 어린아이처럼 신났었다. 고대문명의 흔적과 몇 천 년의 오래된 역사 속의 건물들이 도심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타깝게도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에서 지난 6일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큰 피해를 보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역사 속의 고대도시가 멸망한 이유 중 하나가 지진이라고 가이드가 알려줬던 말이 떠오르며 폐허가 된 도시의 잔해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구조대가 건물에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는 모습과 죽음과 참혹한 현장이 티브이를 통하여 보게 된 것이다. 

시리아 알레포주(州)의 한 5층짜리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갓 태어난 여자아이가 구조됐는데 탯줄도 끊어지지 않은 신생아라고 했고 아기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사망했다고 했다. 깊은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알았다면 부모와 자식이 연결된 탯줄을 끊고 어엿한 아가씨로 성장했을 것이 아닌가. 딸 가진 엄마로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구조된 아기는 건강하고 이름은 아랍어로 기적을 의미하는 ‘아야’로 지었다고 했다. 부모님과 형제 모두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가엾은 아기를 입양하겠다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튀르키예 상점에서 기념품을 살 때마다 “한국과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며 6·25한국전쟁 때 참전한 형제, 우정의 나라라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덕분에 기분도 좋아지고 터키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누구나 극한 상황에 직면하면 기적을 꿈꾼다. 마음이 약한 나는 곧 지나가면 될 일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마음으로 빌기도 한다. 수많은 생명과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을 보면서 기적이 일어나길 사람들은 기도했을 것이다.

신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서 더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전 영화인 벤허, 십계, 기적, 쿼바디스 도미네 등 종교의 성스러움에 기도의 힘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기적 같은 일은 한국전쟁 당시 터키 참전용사였던 술레이만과 고아 소녀와의 60년만의 만남이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적이 있다. 고아가 된 5살 소녀 아일라를 딸처럼 보살피던 터키 병사와의 헤어짐과 만남의 사연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튀르키예의 여행에서 보았던 모든 것들이 떠오르면서 기적이 일어나 지진 전처럼 평화로운 나라가 됐으면 하고 기도한다. 많은 도움이 있기를.

“당신이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당신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오드리 헵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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