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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善心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수필] 善心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
  • 입력 2022.12.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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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善心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에 들리는 가을 햇살의 선물이라 생각하며 창문을 활짝 열고 반가운 인사를 하였다. 거실이 따뜻하고 환하다. 커피 한잔이 생각나 물을 끓인다. 가을 손님과 함께 마실 커피 향을 온 집안에 가득 채우며 찾아와 고맙다고, 내년에는 봄빛을 가득 안고와 달라고 중얼거렸다. 아~ 이 평화로움, 마음이 행복하다.

수시로 드나들던 햇살은 이제 안 오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오지는 않고 스쳐갈 것이다. 잠을 자고 있을 때나 외출하여 거실이 텅 비어있어도 들여다 보아주겠지. 날마다 누군가와 전화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면서 긴 겨울을 보내면 몸 어딘가에 주름이 늘 것이다. 여름이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화끈거리는 밭에서 손마디를 만져보며 나도 젊어서는 손이 참 예뻤었는데, 아니면 멋을 부리며 온 거리를 쏘다니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하며 추억할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하며 도랑 위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의 환상적인 불빛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바라보았었지, 지난 한 해를 그리워할 것 같다.

오래전 합천 해인사를 갔었다. 사찰 주변은 명당자리라 그런지 풍경이 좋고 아늑하고 좋다. 바쁜 일도 없어 마음 놓고 천천히 사찰 주위를 돌아다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법어집을 남기신 해인사의 성철스님이 입적하시고 봉안당을 해인사 입구 쪽에서 보았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선승들께선 많은 어록을 남기신 것 같다. 인과응보를 중시했던 그분들의 작지만 큰 가르침은 선(善)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공부하고 불도의 길을 가고 계신 어느 스님께서 “팔만대장경을 읽어보신 분이 계신가요” 물으셨다. 일요 법회 같았는데 법당의 많은 신도들은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스님께서는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누군들 팔만대장경을 읽겠습니까” 하시면서 팔만대장경을 쭉 펴서 도르르 말면 심(心)이 된다고 하셨다. 물론 우스개로 하신 말씀이란 걸 알지만 동감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 모든 일을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쓰러지게도 하니 말이다. 

연말이면 자선냄비,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하게 남을 위하여 모금도 하고 작은 선물도 하면서 어려운 분들을 위하여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있어 베풀까 하고 감동을 한다. 어렵게 사시는 할머니께서 평생 모은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으시고 사회봉사가 몸에 배어 있으신 분들께서는 자잘한, 눈에 보이지 않는 봉사 등 필부들이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땀을 흘리며 현장에서 도움을 주고 계신다. 마음이 있어야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들을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시는 것이다.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내가 경제적으로 도움을 못주는 것에 대해 한숨을 쉰 적이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소심함으로 여기고 있다. 남에게 베풀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이라도 마음 한편에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있다고나 할까.

마의선사는 후세를 위하여 많은 교훈을 남기셨다 한다. “사주불여신상(四住不如身相)하고 신상불여심상(身相不如心相)”이다. “사주(四柱)는 신상(身相)보다 못하고 신상(身相)은 심상(心相)보다 못하다” 심상(心相)이 으뜸이라 하셨다 한다. 얼굴에 나타나는 관상(觀相)을 볼 때 심상(心相)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것 같다. 어리석은 내가 생각해도 마음이 고와야 좋은 일도 많이 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올 연말에는 많은 봉사와 선행으로 마음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

“선한 봉사의 씨앗을 뿌려라. 감사의 기억들이 이 씨앗을 자라게 할 것이다.” (마담 드 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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