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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름다운 마무리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수필] 아름다운 마무리 /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 기자명 경기도민일보미디어
  • 입력 2024.01.01 10:59
  • 수정 2024.01.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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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노영희(시인) 서정여성문인회 회장 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아름다운 마무리

[경기도민일보미디어 ] “이제 곧 따스한 봄날이에요, 행복한 하루 되셔요.”-사랑이 가득한 ○○족발- 

딸네 가서 손녀를 보아주고 집에 오니 피곤이 밀려오고 잠이 쏟아졌다. 손녀가 열이 오르고, 밤이면 더 열이 올라 울고 투정부리고 하다보면 아침이 오곤 했다. 그러다 열이 안 내려 응급실 신세를 지고 병실이 없어 집에 데리고 와 간호를 하게 되어서다. 급하게 나가느라 집안은 어질러진 대로 정신이 없고 치우자니 몸이 말을 안 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 집안 정리를 하는데 냉장고에 붙여둔 음식점 전단지가 툭하고 떨어졌다.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꼭 메모지 같은 느낌이 들어 자세히 보게 되었다. 

몇 년 전 어느 날인가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족발을 시켜먹은 생각이 스쳐 갔다. 맛도 있고 양도 많아 아주 많이 먹었던 기억이 살아났다. 분명 족발 포장에 끼워진 것 같았다. 그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오랫동안 전염병으로 인하여 자영업자들과 가정도 위기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위기에 처했을 땐 무기력이 찾아오고 시간의 급격한 흐름에 신경이 온통 쓰이고 그쪽으로 밀려가게 하는 무지막한 힘이 있다. 희망은 없다고 자책도 한다.

그러나 명함만한 백지에 정성들여 쓴 “이제 곧 따스한 봄날이에요, 행복한 하루 되셔요.”-사랑이 가득한 ○○족발- 그 글을 쓴 분보다 나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었다. 본인도 무척 힘들었을 텐데 소비자에게 따뜻하고 봄날 같은 마음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마 지금쯤은 어려움 없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손녀 며칠 보살펴줬다는 것은 엄살에 불과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자식들도 이러한 힘듦에 부딪혀가며 살얼음판을 걸었을 것이다. 불안과 싸우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조금 힘들었다고 아이들처럼 투정이나 부렸다는 자책감도 가슴에 남아있다.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주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 나에게 철저한 이기주의로 살기였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 봐주는 일이 왜 철저한 이기주의가 되었을까. 지금 생각하니 면목이 없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교차하는 세월의 끝자락을 뒤로하고 올해 나는 또 무슨 그림을 그려야 할까. 12장을 달력에 열두 가지 크레용으로 지금부터라도 그림을 그려야겠다. 돌이켜보면 지속하고 반복하고 결심한 것을 이루지 못했다. 지속하기도 어렵고 하루의 루틴이란 걸 지키지도 해보지도 않았다. 결국 노력이란 걸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새해에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여유’를 누리고 싶다. 힘들고 벅찼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마음으로 그리는 백지 위의 그림을 아주 예쁘게 채워나가야겠다. 전년을 가득 채웠던 이야기들과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여유’를 서둘러 준비하고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고 복 많이 받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인생의 고통은 지나가 버리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는다.”-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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