直(곧을 직)
글제를 새기면 “열 개의 눈으로 보면 숨은 것도 ‘바르게’ 볼 수 있다”는 의미를 지녔다. 한자검정 7급 수준의 기초 글자이니 맘가짐에 필수이겠다.
수년 전 지역 후배들과 때 아닌 방패연을 날리기 위해 태백산행을 한 적이 있다. 유일사 초입에 이르러 대학 산악부 멤버로 활동한 이력의 후배가 산행을 통해 ‘직지사아’를 배웠다며 더딘 등반길에 큰 말을 건넨다. 그 뜻을 헤아리니 깊은 산중에 들어 수행하는 분들이 그래 큰마음을 갖나 싶다. 건너뛰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란 말씀에도 다가설 징검다리려나.
직자에 어느 글자가 어울려야 의미로운가?
설립자가 어울리니 직립,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아기가 두 발로 바로서니 엄마, 아빠가 손뼉을 치며 기뻐한다. 튀기면 직립보행은 인류의 진화에 한 획을 그었을 테다.
말씀언을 보태니 직언, 흐물거리던 조직에 생기가 도나 한편으론 도랑 품 윗분을 만나면 목이 뎅겅이겠다. 허니 직언을 하려면 ‘부월상소’할 정도의 담력이 필요하리라.
갈행을 붙여 직행,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하나? 똑바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데 한 눈 팔지 말고 시간을 단축해야 하나?
사자성어를 이루니 ‘직지사아’, 소아를 버리고 진아의 우주를 함의하나싶다. 좁혀 들면 ‘사사로움을 버려야 올바른 나’를 얻는다는 뜻이겠다. 평생 들고 온 누구나의 보따리려.
세간에 선량들의 행태에 고열이 난단다.
열 개의 눈이 살피면 숨은 것을 ‘바르게’ 볼 수 있다는 편액에 쓰인 무거운 검정체의 곧을 ‘직’자는 마스크 쓴 채 아예 모로 누웠다한다. 어쩌나? 코로나도 해제되고 바야흐로 때가 튀어 오르는 봄인데… 수천, 수만의 눈길에도 꿈쩍 않고 거리에 뒹굴 거리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