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반도 소나타를 읽고서 / 우수근 직장인
[기고] 한반도 소나타를 읽고서 / 우수근 직장인
  • 경기도민일보
  • 승인 2021.04.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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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직장인
우수근 직장인

 

2년에 걸친 여정이 끝나나 싶다. 매주 1~2편 언론에 싣던 유람 글과 단상 글에 교정을 맡은 시간이 멎게 되니 시원하다. 

아버지는 서툰 손놀림으로 자판을 쳤다. 남들은 10분이면 끝날 것을 몇 시간을 걸려서 글을 썼다. 송고할 때나 사진을 붙여 넣는 방법, 메일을 보내는 방법도 몇 번이나 알려드렸다. 이렇게 더딘데 언제 완성될 수 있을까 했다. 

전작인 ‘화성 소나타’야 화성 출신으로서 지역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남달라 이뤄낼 수 있었다지만 하물며 한반도라는 큰 지역을 어떻게 다 다룰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어디를 갈 것인지,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버지는 묵묵히 또 차근차근 써내려갔다. 직접 발품을 팔아 지역을 둘러보고 현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북한 지역을 쓸 때는 상상력을 보태서 글을 이어갔다. 

그렇게 이번 ‘한반도 소나타’에 실릴 100여 편의 글이 탄생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지. 장년의 무게일까?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마부작침의 결과일 것이라 생각했던 그간의 집필활동이 사실은 도랑을 파 강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는 사실이다. 

건강회복차 아버지의 개인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글발이 깊어지는가 싶더니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단순하게는 동행하며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을 사람부터 멀리서 찾아온 낯선 이에 의해 글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얻는 사람들, 이 글에 영감을 얻어 새로이 나아갈 길을 발견하는 사람들까지… 어쩌면 이번 글모음은 소나타라기보다는 교향곡이 아닐까 싶다.

“한번 읽어보고 소감을 말해줘”라는 말에 마냥 귀찮기만 해 아유! 소리 절로 나던 그 시간들이 잦아들 무렵 이제는 거기에 새로운 무언가가 있음을 안다. 

다음은 어디일까. 아시아, 세계 혹은 우주일까. 그 대상이 무엇이든 말없이 힘든 과정을 겪어야 성취감을 맛본다는 사실을 경험한 셈이다. 사족을 달면 마치 삽, 괭이, 낫으로 들판을 푸르게 가꾼 농부의 모습이랄까 싶다. 

앞서 살아온 세대와 소통한 보람일까, 이따금 흐트러지는 내 발길에 말없는 멘토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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