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나정식 (경기북부 취재본부장)

2025-11-18     나정식 기자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사라진 기본 

누가 동두천 지역사회의 품격을 지키는가

나정식 (경기북부 취재본부장)

[경기도민일보미디어 나정식 기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동두천시협의회 제22기 출범식이 지난 17일 열렸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축하와 새 출발의 의미보다 기본을 잃은 의전 논란으로 시민사회에 불필요한 상처를 남겼다. 애국가 제창 생략, 전임 회장의 이임사 배제, 이 두 가지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민주평통이 지녀야 할 품위와 연속성이 무너진 순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정권의 변화가 있어도, 시대가 달라져도 공적 기구가 지켜야 할 기본은 분명하다.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이자 국가적 과제를 다루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명예와 시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출범식은 그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 갖추지 못하면서 ‘협의회가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특히 전임 박상흥 21기 협의회장이 공식 행사에서 사실상 배제된 부분은 더욱 아쉽다. 그는 페이스북에 별도의 입장을 통해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이리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임기를 마친 전임 회장이 이임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개인적 서운함을 넘어 조직의 연속성과 민주적 운영 원칙을 훼손하는 문제다.

박 전임 회장은 2023년부터 시작된 21기 활동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가 다시 활력을 되찾는 시기와 맞물려 시민 속으로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 건의와 통일 홍보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위원들의 헌신과 열정 덕분이었다.”

그는 또한 22기 출범을 축하하며 “평화통일을 향한 담대한 발걸음을 이어가 달라”고 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전임자가 남기는 메시지로서 손색없는 마무리다. 그러나 이런 메시지가 공식 석상에서 공유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민주평통은 단순한 민간 조직이 아니다. 국가의 중장기적 책무를 수행하는 만큼 의전 하나, 절차 하나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시민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공적 기구의 책임도 무거워졌다.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조직이 어떻게 평화와 통합을 말할 수 있는가.

22기 홍문기 회장은 새롭게 출발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조직의 품격을 회복하고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공적 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번 논란이 오히려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의전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지역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다.

지역사회는 언제나 성숙한 민주주의를 원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늘 기본에서 출발한다. 민주평통 동두천시협의회가 이번 일을 통해 더 단단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