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시대의 공상 - 우호태 시인
[기고] 코로나 시대의 공상 - 우호태 시인
  • 경기도민일보
  • 승인 2020.07.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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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태시인
우호태시인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춘향가의 ‘사랑가’ 대목이다. 날씨도 뜨거운데 뭘 업고 노나? 실내는 에어컨이 팡팡 돌아가니 괜찮으려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니 그나마 출산율도 떨어질까 보다. 그 덕에 인문적 공상은 풍성한 터라 너나 할 것 없이 한 썰하는 연애 스토리를 그려보자. 

달포 전, 장닭이 주소재인 김 화백, 강단에서 사학을 가르치신 최 교수님, 경기민요 가락 이수자인 이 선생 등 몇 분과 자리를 하게 되었다. 둘러앉아 지역 역사문화에 그림과 노래를 더하니 그새 세월이 건너뛴다. 이야기 가닥이 모이니 뒷동산에 뻐꾸기 울고 앞뜰엔 시냇물이 들판을 가로지른다. 점점 하상이 넓어져 철새도 날아들고 백천이 합수되어 바다에 이른다. 산마루턱 저녁노을도 한층 짙어간다. “교수님 살아보시니 인생에 으뜸 그늘막이 뭔가요?” “그야 당연히 사랑이지 뭐, 나이드니 더욱 간절하지.” 

젊은 날 문고리를 잡고 몇 번인가 망설였던 그 소회를 풀어가며 자연스레 우리 설화에 등장된 낙랑공주, 평강공주, 선화공주에로 끈이 늘어졌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터이나 썸탈 대상이 누가 어떨 거나? 때 아닌 즉석 뽑기 ‘사랑맨’ 심사위가 개설됐다. 1차 구두심사를 거친 본선에 오른 인물들이다. 

우선 낙랑공주가 호동왕자를 그리며 자명고를 찢는 퍼포먼스를 시연한다. 이어 평강공주가 나서 팔소매를 걷고 온달 곁에서 먹을 열심히 간다. 끝순으로 아이들이 빙빙 돌며 둘러싼 서동의 마망태 든 선화공주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실려 전래된 설화다.

독자들은 어떻게 평가하여 선택하시려나? 코로나 마스크로 입 대신 눈을 가렸는지 호동왕자를 위해 적의 외침을 알려주는 자명고도 찢은 낙랑공주인가? 지혜와 안목으로 신분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평범한 온달에게 투자한 평강공주인가? 그도 아니면 서동의 구애가에 귀 열은 선화공주에게 방점을 놓으려나? 

심사위원장을 맡은 교수님이 심사위원들의 의견에 ‘살아보니’를 덧붙여 사랑에 눈멀어 애로스 카페를 태우고 나라와 사랑을 맞바꾼 낙랑공주의 사랑가를 꼽았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뛰어나 오페라로 꾸미면 세계적 작품이라는 말씀이다. 시대를 앞서 시연된 사랑가다. 아릿한 사랑은 앞 카페든 뒤 카페든 진한 감동을 준다. 서동은 쪽지 전달도 없이 서동요 퀵서비스로 사랑을 맺었다. 온달은 내조 덕에 일일신하여 인재로 거듭났는데, 의리 없는 호동은 연애 사기꾼으로 기록될 모양이다.

이즘의 연애 중매단은 어떻게 생각하려나?

열쇠, 통장, 스톡옵션인들 낙랑공주 짠한 사랑에 비견하랴! 뜨거운 사랑에 나라도 날아가나 보다. 낙랑이 낭낭하게 어릿하다.

‘동서양 연애사 소고’에 답사로 태평가 가락이 사방에 울려 퍼진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부려서…”  

한나절 더위를 사윈 시원한 인생가다.

뜨거운 7월을 열며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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