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무엇을 남겼나”
철도노조 파업 “무엇을 남겼나”
  • 강경구기자
  • 승인 2006.03.05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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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노조 ‘밀어붙이기식 파업’ 이제 통하지 않아
노사관계 ‘법과 원칙’기조 확립, 노·정관계 더 냉각

노조 명분 없는 파업...여론 지지 못 받아
정부․사측 ‘물밑 교섭’않고 강경대응 일관
노정관계 당분간 냉각... ‘대화와 타협’ 필요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으로 우려됐던 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이 예상과는 달리 4일 만에 사실상 노조의 ‘백기투항’으로 종결됐다. 사측과 정부가 예상 밖의 초강수에 노조원들이 속속 이탈하며 노조 스스로 파업대오를 유지할 힘을 상실한 게 가장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남긴 시사점은 상당히 크다. 대형 노조라 할지라도 예전과 같은 ‘밀어붙이기식’ 파업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음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면서 정부의 노사정책도 뚜렷한 지향점을 갖게 됐다.
<편집자 주>

불법 파업에 ‘된서리’
철도노조는 지난달 2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무시한 채 파업을 강행하면서 스스로 ‘퇴로’를 차단시켰다.

불법 파업 첫날인 3월1일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노사 교섭이 결렬되자 사측과 정부는 ‘정공법’으로 불법이라는 ‘원죄’를 껴안은 노조를 막다른 길로 몰았다.

사측은 2~3일 이틀 동안 사상 유례없이 노조원 2244명을 무더기 직위해제 조치하면서 “대충 봐주는 식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철 사장이 직접 나서 “복귀 없이는 교섭재개는 없으며, 파업 참가자 전원에 대해 철저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투사였던 이 사장의 거듭된 발언에 대해 처음에는 “엄포용에 그치겠지”라고 생각하며 느긋해 했던 노조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심각함을 인지했고, 신변에 불안감을 느낀 노조원들의 자발적 이탈이 잇따랐다.

여기에 산개 투쟁 중인 노조원들에 대한 강제연행에 나서는 등 정부의 강경대응도 노조가 스스로 파업 깃발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현재 노조에게 남은 것은 지도부의 줄 사법처리와 대규모 징계뿐이다. 노조는 “재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고 큰소리를 쳐보지만 추가 교섭과정에서 이전과 같은 힘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법과 원칙’ 모토 정착
철도노조 파업에 정부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게 대처했다.

직권중재 회부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법무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등 3부 장관은 기민하게 긴급담화문을 발표하고 “불법 파업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표문의 내용은 파업 내내 일관되게 유지됐다. 경찰은 한발 더 나아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산개투쟁 중인 평노조원들에 대한 일제 검거작업을 벌였다.

지난 3일에는 노조가 기자회견을 통해 한발 물러서면서 사실상 노동부에 교섭 자리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곧바로 ‘NO’라는 시그널을 보내 노조를 당황케 했다. “불법파업이기 때문에 중재는 없다”는 게 노조요구를 거절한 노동부의 이유였다.

사실 예전에는 불법이었더라도 국민생활이 큰 지장을 받는 대형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는 외부에서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안으로는 ‘물밑 교섭’을 유도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 관행에 범정부 차원에서 쐐기를 박은 셈으로,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 확실시된다.

노·정 관계 더 냉각될 듯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당분간 노·정이 직접 부딪힐 일은 없게 됐다.

그러나 ‘뜨거운 감자’인 비정규직법안의 4월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정돼 있는데다 ‘시한폭탄’ 격인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입법화 시점도 다가오고 있어 3월말부터는 노·정의 대회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가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꼽고 있는 직권중재 제도를 내세워 정부가 철도노조를 무력화시킨 점은 향후 노·정 관계를 더 악화시킬 빌미로 작용하게 될 것 같다.

실제 “여건이 조성되면 사회적 대화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다소 유연적인 태도를 보였던 민주노총은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은 노동계 전체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내세워 전임 김대환 장관 때 단절됐던 노사정 대화를 복원시키려 하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노력은 상당기간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예상이다.

게다가 올 한해 노동계를 자극할 현안이 산적해 있어 노·정 관계는 차갑게 식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도 “노동계가 철도노조 파업투쟁 실패로 상처를 입든 데다 비정규직법안 및 로드맵 투쟁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해빙무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강경구기자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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