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전문대학으로 치부" 반발...김활란 동상 훼손까지 '일파만파'
이화여대 "전문대학으로 치부" 반발...김활란 동상 훼손까지 '일파만파'
  • 이준형 기자
  • 승인 2016.07.31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화여대 "전문대학으로 치부" 반발...김활란 동상 훼손까지 '일파만파'

이화여대 학생들이 4일째 본관 점거를 하고 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때문이다.

이화여대 본관 점거사태는 단과대학 설립반대를 넘어 경찰투입 거짓말 공방, 김활란 동상 훼손등 학내를 넘어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화여대가 학내 농성에 경찰 1600여명이 투입된 경위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화여대 측은 31일 오전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경찰 병력을 학교에서 요청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일부언론은 "경찰 병력은 우리가 부른 게 아니다. 학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에서는 이대 총장을 비롯한 학교 측의 명시적인 요청, 약 46시간 동안 감금된 평의원들의 23회에 걸친 '구조해 달라'는 112 신고로 학내에 경력을 투입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이처럼 학내 대규모 경력 투입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건 이례적인 장면이다. 여론이 나빠지자 경찰에 책임을 돌리며 '발 빼기'를 시도하는 듯한 학교 측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이 학교의 초대 총장인 김활란 동상에 페인트를 칠하고 계란을 던지며 항의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김활란 동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활란은 1961년까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을 지냈던 인물로 여성운동가·교육가로 알려진 대표적인 여성 인물이다.

김활란은 이후 1937년부터 조선총독부가 주관하는 친일단체인 방송선전협의회·조선부인연구회·애국금차회 등에 참가하였고, 1941년에는 국민총력조선연맹 평의원 및 참사로 활동해 친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활란은 해방 후에는 교육사업에 주로 종사, 61년까지 이화여대 총장을 지냈으며, 대한 기독교청년연합회 이사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한국여학사협회 회장 등의 사회단체에 관여했다. 1963년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이화여대 수백명의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도 요구하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이화여대 사태는 당초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때문에 빚어졌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란 선취업 후진학 제도라는 명목으로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고졸재직자 혹은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교육사업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측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폐기하라며 학내에서 농성이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대학가와 이화여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지난 5월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두 번째로 모집할 때 신청했다. 이후 이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과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라이프대학 정원은 200여명이며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러나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일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은 지난 28일 오후 2시에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본관 1층과 계단에서 농성을 벌이며 학교측에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도 요구하고 있다.

3일째 본관 점거 중인 이화여대 학생들은 "보건관리학과, 식품영양학과, 의류학과,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구 신문방송학과)라는 학문적 전공이 존재함에도 산업에 초점을 맞춰 영역이 중복되는 전공을 개설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학문이 아닌 산업에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학문 탐구라는 대학의 목적을 퇴색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교육과정을 마치면 평생교육원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이화여대 미래라이프 단과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이화여대 학위를 수여받고 졸업장을 받게된다"며 "이화여대를 한 순간에 전문대학으로 치부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또 "모집과정과 대상에 있어 정시나 수시와 같은 일반적인 입시 과정이 아니다"라며 "실업계 고졸 재직자들을 불투명한 입학과정을 통해 영입함으로써 일반 학생들과의 공정성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특수한 교육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생들과 같은 학사학위를 수여 받게 된다"며 "교육의 현장이어야 하는 대학교를 통해 정원 외 인원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학위장사를 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학교 측은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고졸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스템은 고려대, 숙명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정원 외로 선발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본관 점거과 교수들의 불법 감금사태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8일부터 3일째 학생들의 집단 농성으로 본관이 점거됐으며 감금됐던 평의원인 교수 4인과 교직원 1명 등 5명이 46시간만인 오후 1시5분께 경찰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다.

이들은 119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 간단한 검사와 함께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을 지키던 경찰들도 본관에 갇혀 있던 관계자들을 데리고 나온 후 모두 철수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약간의 몸싸움 과정은 있었지만 큰 부상자는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 관계자는 "농성 중에 있었던 감금 부분에 대해 분석하고 신변 인적 사항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본관이 처음 점거됐을 당시 감금됐던 관계자들 가운데 대학평의원인 총동창회장, 여교수 1명, 여교직원 1명 등 3명은 건강 악화로 119 구급대를 통해 각각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대학당국의 국책사업 수주를 둘러싼 건설적인 의견수렴 과정이란 문제의 본질을 넘어서 변질된 집단행동으로 판단한다"며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의의 학생 대표, 재학생, 졸업생들의 의견과 행동은 존중해 대화 기회를 갖겠다"며 "그러나 다른 의도를 갖고 이번 기회를 이용하는 외부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기도민일보, KGD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